[♥은지♥][유치해서]딱 네 글자였다.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켜도 그대로였다.답장을 누르기도 전에 폰이 또 떨렸다.[♥은지♥][그래도줄게][대신학교에서읽지마][집에가서혼자읽어][어기면절교야ㅋ]절교.마지막 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.열여덟 살들은 그 말을 참 쉽게 썼다. 매점 심부름을 까먹어도 절교, 비밀을 흘려도 절교. 그러고도 다음 날 아침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팔짱을 꼈다.나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게 되는 날을 알고 있었다. 올겨울이었다.[그조항은빼줘][♥은지♥][왜무서워?ㅋ]이번엔 지우지 않았다.[응무서워]네 글자, 8바이트. 서른아홉이 되고 나서 누구한테도 무섭다고 말해 본 적이 없었다. 팀장 앞에서도, 엄마 앞에서도. 그 말이 열여덟 살 폰에서는 이렇게 쉽게 나갔다.한참 답이 없었다. 화면 불..